마흔 살에 운전면허 시험을 봤다. 환경을 생각해 자가용을 소유하지 않겠다는 결심은 제주 시골살이를 준비하면서 무너졌다. 갓 돌을 지난 아이와 함께하는 농촌 생활은 자가용을 필수재로 만들었다. 제주 읍면지역의 버스 배차 간격은 길어도 너무 길었고, 동선(노선)은 한정적이었다. 물론 대중교통체계 개편 후에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중산간 마을에서 버스를 이용하긴 여전히 힘들다. 22일(어제) 열린 제주도의회 본회의, 교육감을 상대로 한 교육행정질문에서 학생들의 등교 시간대 버스 이용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중학교가 없는 외도지역 중학생들
레오 스트라우스레오 스트라우스(1899~1973)라고 하면 그저 현대 정치철학을 이해하는 데 나름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정치적이긴 하되 정치에 문외한인 필자는 굳이 정치철학가에 대해 관심이나 흥취도 없거니와 그럴 여유도 없었다. 그런데 현대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선 스트라우스를 이해해야 할 것만 같았다. 미국 시카고 대학 고전학 교수인 샤디 바취(Shadi Bartsch)의 책 ‘플라톤, 중국에 가다(Plato goes to China)’를 읽은 후였다. 서양 학계에서 비판적이고 독특한 견해로 유명한 그가 왜 중국과
중국경제는 코로나 이후 강하게 회복할 것이라는 주위의 기대와 달리 디플레이션의 우려를 좀처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헝다부동산 청산으로 불거진 부동산 문제, 지방정부의 막대한 부채, 글로벌 공급망재편으로 원자재값 상승과 수입규제, 소비심리의 약화, 외국인 직접투자감소 등이 경기침체의 증거로 제시되고 있다. 그 사이 중국 대신 멕시코가 미국의 최대 수입국이 되었다. 중국의 GDP가 2021년 미국의 72%까지 따라붙었다가 2023년 66% 정도로 낮아져 2028년 미국 GDP를 넘어서리라던 전망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일반적으로 G
민선8기 오영훈 제주도정이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지난 2년간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향후 2년 간의 방향성을 재설정하는 도정질문이 3일간의 일정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제주 미래를 좌우할 다양한 의제들이 다뤄졌지만, 정작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은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태도' 문제다.도정질문 첫날, 한라산 케이블카 도입을 주장하는 여당 도의원과의 질의응답에서 오 지사는 언성을 높이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라산 케이블카 정책의 타당성을 떠나 오 지사의 태도는 매서웠고 고압적이었다. 이후의 질의 역시 제대로 진행될리 만무했다.17일
1948년 제주 4.3 당시 국제 정세는 제주를 ‘레드 아일랜드’로 명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마무리되면서, 상호 증오에 기반한 진영 대결, 냉전의 시대는 제주도를 피로 휩쓸어버렸다.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리라는 사람들의 순진한 기대가 금세 피의 학살로 변해버린 것이었다. 제주 사람들은 평화롭게 생존하는 것이 아닌 그야말로 피의 생존을 위해 4.3 토성 안에서, 다랑쉬 오름의 깜깜한 굴 안에서 숨죽여 생존해야만 했다.그리고 제주 4.3의 잔혹한 학살은 침묵을 강요받았고, 세상은 상대에 대한 비난과 위협을 극으로 끌어올리며,
내일 투표를 통해 22대 국회가 구성된다. 어떤 국회가 될 것인지는 내일의 투표 결과에 달려있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의 국회 진출은 이번에도 미미할 것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300명의 국회의원 중 교사 출신은 단 2명에 불과했다. 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22대 국회에서도 교사 출신 국회의원을 찾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OECD(경제협력기구) 가입국 가운데 유일하게 교원과 공무원에 대한 정치기본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연방 의원
19세기 이후 서양의학이 과학과 결합하면서 고대 그리스 히포크라테스 의학 이래로 면면히 이어 내려져 오던 의료 휴머니즘 전통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다. 의사의 예의범절과 환자에 대한 동정심을 강조하던 전통적인 의료 휴머니즘에 과학에 뿌리를 둔 의사의 진료 역량이라는 덕목이 추가된 것이다. 흔하게 듣는 질문, 즉 “실력은 뛰어나지만 차가운 의사와 실력은 조금 부족하지만 따뜻하고 인간적인 의사 중에 누구에게 내 몸을 맡길 것인가?”라는 질문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으로 생겨난 것이다. 이런 질문에 대다수 사람은 실력 있는 의사를 택할 것이
산업재해는 노동자가 일을 하다가 질병을 얻거나 다치는 경우, 그리고 사망하는 경우에 산재보험이라는 사회보험을 통해서 치료비 등을 보상받는 제도다. 그런데 만약에 임신한 노동자가 일을 하다가 유해 물질에 노출되어 아픈 아이를 낳게 되었다면, 자녀의 질병을 산업 재해로 인정해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어떻게 보면 상식적인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올해에 들어서야 비로소 처음으로 태아산재를 인정했다. 제주의료원에서 시작된 태아산재 인정투쟁 태아산재 제도를 거슬러 올라가면 10년 전 제주의료원으로부터 시작된다. 2009년에서 2
꽤 오래전 고교 시절, 필자도 백호기에서 열정적으로 응원을 했다. 뭔가 모르게 가슴 벅찼다. 그리고 패배에 대한 절망감에 흘린 눈물을 다스리느라 친구들과 목이 터져라 교가를 수없이 반복해 불렀다. 왜 그렇게 감정이 차올랐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요즘 설왕설래 말이 생기기 시작한 백호기 응원전을 보면서 필자가 예전을 떠올려 봤다. 어른이 되고, 조직이라는 집단에 조금 떨어져 살펴보니 멋있게 조직된 응원전이 큰 구경거리였던 것 같다. 학교 동문이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자랑스러운 그 학교의 구성원으로 정체성이 심어졌
어르신 한 명이 돌아가시는 것은 도서관 한 채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 얼마 전 단톡방 부고 소식에 올라온 글이다. 어르신 한 분이 도서관 한 채와 같다니….제주에서는 4.3이라 불리는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서청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단선․단정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3만여 명
필자가 일하고 있는 미술관은 특이하게도 거대한 공원을 관리하고 있다. 행정적으로는 미술관이 공원을 관리하는 걸로 돼 있지만, 실은 미술관이 공원 안에 안겨있는 셈이다. 미술관의 예산과 인력 상당 부분이 공원을 관리하는 데 들어간다.지난 한 해 동안, 공원에 관한 여러 내용들을 살펴보면서 한 가지 의문점을 가지기 시작했다. 왜 애써 나무를 동글동글하게 자르는 것일까? 모든 풀나무는 그 나름대로 자연미를 가지고 있는데, 왜 궂이 천편일율적으로 동글동글하게 이발을 할까? 이러한 의문을 가지고 이모저모를 알아본 결과, 이것이 정원 관리에
지난 1월 전 세계인들이 사용하는 국제 온라인 지도 ‘오픈 스트리트 맵’에는 우리나라 명칭으로 표기돼 있던 이어도를 중국 명칭인 ‘쑤옌자오(苏岩礁·소암초)’, 이어도 과학기지는 ‘쑤옌자오 과학기지’로 표기된 일이 있었다. ‘오픈 스트리트 맵’은 전 세계 누구라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편집에도 참여할 수 있는 오픈 소스 방식으로 운영되어 정보의 오류를 거르는 장치가 없다. 문제는 오픈 스트리트 맵이 의외로 많은 세계인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지도라는 사실이다.사단법인 이어도연구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단호히 대처했다. ‘이어도’를 ‘
1.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날마다 마주하는 나라 밖 뉴스들 대부분은 전쟁 관련된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전쟁은 좀처럼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온갖 미디어에 의해 송출되고 있는 이들 전쟁의 폭력적이고 야만적 모습을 목도하면서 반전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시민은 슬픔과 안타까움과 허탈감과 분노에 휩싸여 있다. 무엇보다 이들 전쟁이 표면적으로는 적대적 대립과 갈등에 놓여 있는 당사자들 사이에 국한된 것처럼 보이지만, 정치경제적 및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복잡한 이해
3월이다. 학교에도 진정한 새해가 시작되었다. 어제(4일) 제주도내 대부분 학교에서는 입학식이 열렸다. 초등학교의 경우 120곳 중 116곳에서 입학식이 열렸다. 제주지역 초등학교 신입생은 2023년에 비해 12% 가까이 줄어들면서 가파초등학교는 입학식이 열리지 못했고 신례초등학교는 단 2명만 입학했다. 전국의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가 지난해 대비 약 8%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제주지역 감소세는 다른 지역에 비해 가파른 셈이다. 전체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학급당 학생 수도 줄어들었다. 제주의 경우 동 지역과 읍면 지역의 사정은 조
한 중앙일간지에 출생률과 관련된 기사가 게재되었다. 한국의 출생률(0.72명, 2023년)이 역사상 최저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충격적이라며 연신 보도되는 시기에, 그 기사는 한국의 출생률을 걱정하면서 자발적으로 출산을 지원하려는 한 사업가의 선의를 보도했다. “찔끔찔끔 준다고 애를 낳나, 1억원은 줘야 낳지”라는 기업가의 말이 기사 제목이었다. 한 기업가의 선의를 깎아내릴 생각은 없다. 다만 기사의 제목, 표현된 문장 그 자체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정말로 재정적 지원이 모자라서 출생률이 떨어지는 것일까? 그래서 더 과감한 재정지
은유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은유에 사용된 단어의 의미는 달라진다. 동양사상에서 액체를 대표하는 물은 세상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으며,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언제나 낮은 곳에 임한다는 좋은 의미였다. 반면에 사회학자 바우만(Zygmunt Bauman)은 액체의 다른 특징인 ‘유동성’에 주목해 ‘액체 근대(Liquid Modernity)’라는 개념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견고함이 무너졌음을 은유적으로 드러냈다. ‘근대’로 번역된 ‘Modernity’는 ‘현대’로 번역하는 것이 더 낫다. ‘Liquid Modernity’는
우리 몸의 눈과 뇌는 가장 밀접한 신체 기관입니다. 눈의 건강이 바로 뇌 건강으로 직결됩니다. 눈은 뇌의 중요한 정보원이자 균형추 역할을 합니다. 우리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의학칼럼 눈·눈·눈]은 그동안 잘 몰랐던 눈 건강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좋은 눈, 밝은 눈, 맑은 눈을 갖게 할 것입니다. / 편집자 글환자에게 녹내장 진단을 처음 내릴때, 많은 녹내장환자들이 생활습관과 관련하여 많은 질문을 한다. 술 먹어도 되나요? 무슨 영양제가 도움이 될까요? 당근, 블루베리 많이 먹으면 도움이 될까요? 인터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대학병원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부족한 의료인력 충원을 위해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에선 정부가 제시한 2000명 증원의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하며 증원의 근거가 없다면 증원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대 증원으로 ‘응급실 뻉뺑이’나 ‘소아과 오픈런’ 그리고 ‘지역 의료 붕괴’가 해결될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이 근거가 없고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짚지 못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지만, 사회적 토론보다는 파업과 법적 대응이라는 힘의
‘천하, 세계와 미래에 대한 중국의 철학’무슨 뜻인가? 제일 먼저 뇌리에 떠오른 것은 두 가지 확신과 한 가지 의심이었다. 20세기 초엽 서구의 민주와 과학에 열광하던 이들의 반격, 서세동점西勢東漸에서 동세서점으로의 점등, 그리고 세계주의와 패권주의의 관계. 저자가 궁금했다. 자오팅양(趙汀陽). 중국 인민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에서 철학자 리저허우(李澤厚) 지도하에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현재까지 같은 연구소 연구원 겸 인민대학 철학과 박사논문 지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북경대, 청화대 철학과 강좌교수이자
선거 국면이다. 서귀포 지역에서 한 국회의원 후보가 제주제2공항 건립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제주제2공항에 대해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다가 서귀포지역의 선거 여론이 불리할 듯하니, 얼른 자신의 신념이나 사회적 맥락은 건너뛰고, 찬성 입장을 발표하는 듯한 그 후보의 모습이 참 비루해 보인다. 그러자 상대당에서는 소속 도의원들 모아놓고, 그 후보를 위선자로 비난하며, 제주제2공항 건립의 진정한 찬성 세력은 자신들만이라며 강변한다. 누가누가 더 대중에 영합을 잘 하나 대결하는 듯하다. 필자가 보기에 그들의 행위는 제주도민들을 찬성과